이방인
1942년 『이방인』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카뮈는 알제리에서 태어난 젊은 무명작가에 불과했다. 낯선 인물과 독창적인 형식으로 현대 프랑스 문단에 이방인처럼 나타난 이 소설은 출간 이후 한순간도 프랑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빠진 적이 없는 걸작이 되었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 대전을 겪으며 정신적인 공허를 경험한 당대 독자들에게 카뮈는, “영웅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서 진실을 위해서는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뫼르소라는 인물을 통해 관습과 규칙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한다. 현실에서 소외되어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이 죽음을 앞두고 비로소 마주하는 실존의 체험을 강렬하게 그린 이 작품은 아직까지도 전 세계 독자들 사이에서 고전 중의 고전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민음사에서는 불문학 최고의 번역자 김화영 교수가 이십 여년 만에 원문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오늘의 독자들에게 보다 친근한 언어로 “새로 번역하다시피 대폭 수정”한 원고를 ‘세계문학전집’ 266번으로 출간함으로써 『이방인』이 독자들에게 보다 깊은 감동을 전할 수 있도록 하였다.
- 저자
- 알베르 카뮈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19.09.02
그때 나에겐 일요일이 또 하루 지나갔고 어머니의 장례식도 이제는 끝나고, 내일은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고, 그러니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들어온 지 다섯 달이 지났다고 하는 말을 어느 날 간수로부터 들었을 때 나는 그의 말을 믿었으나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로서는 언제나 같은 날이 내 감방으로 밀려오고, 언제나 같은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날 간수가 가버린 뒤에 나는 쇠로 만든 밥그릇에 비친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내 모습은 아무리 웃으려고 해도 무뚝뚝한 채로 있는 듯했다. 나는 빙그레 웃었으나 비친 얼굴은 여전히 무뚝뚝하고 슬픈 표정이었다.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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